내 성격을 바꿀 수 있나요?
이동환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 성격을 바꿀 수 있나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노력을 하면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는 assimilation 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말로 해석한다면 ‘동화(同和)’ 입니다. 즉 무언가에 ‘동화 된다’는 의미입니다.
의학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의학에서는. 음식을 먹으면 이 음식이 장에서 완전히 분해되고 소화가 됩니다. 그리고 장을 통해서 흡수가 되면, 음식의 영양소가 우리 몸의 피와 살의 일부로 스며들어 나의 몸과 하나가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의학에서 ‘어시밀레이션’ 즉 ‘동화’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에도 ‘심리적 동화 (Psychological Assimilation)’ 가 작용합니다.
여러 가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마음의 자극을 통해서 조금씩 나의 기존의 가치관과 성격에 새로운 자극이 스며들면서 합쳐지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그것이 바로 ‘심리적 동화’ 이며 성격을 바꿀 수 있는 포인트가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보통 천천히 일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심리적 자극이 강하면 한 순간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방송에서 차인표씨가 나와서 경험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차인표씨는 자선단체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러한 봉사활동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아내인 신애라씨가 열심히 자선활동을 하는 것도 탐탁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자선단체와 함께 인도의 빈민촌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집에 우리 아이들도 둘이나 있는데 엄마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봉사활동 한다고 인도로 떠난다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가난한 아이들부터 먼저 도와도 되는데 굳이 인도까지 가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나..그런데 갑자기 신애라씨가 다른 일 때문에 인도에 못 가게 됩니다. 그래서 신애라씨가 남편에게 대신 가 달라고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는 가뜩이나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서 인도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왜냐하면 부인이 해야 할 홍보촬영을 대신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내가 가서 홍보 사진 찍는 것이 무슨 봉사냐. 촬영이지. 난 그냥 아내대신 어쩔 수 없이 촬영하러 가는 것 뿐 이야.’ 그리고 그 단체에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들의 홍보촬영을 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항공권을 보내라.’고 요구합니다. 그것도 비즈니스 클래스로...그 자선단체는 회원들이 스스로 기부를 하면서 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가는 회원들 모두 자비를 들여서 가는 단체입니다.
그러니 그러한 단체에서 이러한 요구를 듣고 얼마나 황당할까요? 그러나 그들은 바로 차인표씨에게 비즈니스 항공권을 보냅니다. 인도에 도착한 그는 아침부터 얼굴의 반을 가리는, 크고 진한 색안경을 끼고 침묵을 지킵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대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은 모두 그가 무서워서 말도 걸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제 인도의 시골 콜카타 지방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 다가 옵니다.
그 때 그 자선단체의 대표가 그에게 와서 어렵게 말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부탁을 합니다.
“차인표씨... 이제 그 아이들 만나면 우리가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좀 해주세요. 이 아이들은 태어나서 평생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못 들어봤을 겁니다.”
차인표씨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합니다. ‘뭐! 그 정도 말은 해 줄 수 있지...’
이제 그의 일행은 버스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점점 더 짜증이 납니다.
왜냐하면 버스의자도 너무나 불편하고, 또 비탈길과 울퉁불퉁한 도로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는 것조차 고역이기 때문입니다. 또 거기에 모기떼가 달려들어서 여기저기 모기에 뜯기면서, 정말 최악의 조건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5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이미 저녁 무렵이 되었고, 그가 버스에서 내리는데 그 곳 아이들이 모여서 박수를 치며 그 의 일행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는 버스에서 내려서 고개를 돌려 그 아이들을 봅니다.
그리고 자선단체의 대표와 약속했던 그 말을 숙제하듯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습니다.
그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데 더러운 차림의 아이들에게서 좋지 않은 냄새를 느낍니다.
그는 꾹 참고 아이들에게 다가갑니다. 제일 앞에 있던 한 아이가 눈에 띕니다. 그 아이는 7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밉니다. 그는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가 내민 손을 잡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아이의 손을 딱 잡았어요. 그런데... 딱 잡는 순간에... 그 순간에...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한다... 너는 정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우리 위로하면서 서로 같이 가자... 이런 목소리가 폭포수처럼... 막... 들리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그 아이에게 해주려고 했던 말을... 그 손을 잡는 순간, 그 쪼그만 아이가 반대로 저한테 해주는 거예요... ”
제가 한 행동은 그냥...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의 손을... 그 아이의 손을... 잡은 것... 그 것뿐인데... 그 것을 통해서, 그 날 이후로, 내 인생의 내 삶, 내 가치관이 다 바뀌어 버렸어요... 오늘날 까지요...”
이 과정은 차인표씨의 마음을 바꾸고 가치관을 바꾸는 최고의 ‘심리적 어시밀레이션’의 순간 이러한 ‘심리적 어시밀레이션’을 일으키는 마음의 자극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단지 그 자극의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 것은 한편의 영화일수도 있고, 책의 한귀절 일수도 있습니다. 밝게 웃는 자녀의 모습일 수도 있고, 감동을 주는 음악일수도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자극이 약하더라도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 우리의 마음은 조금 씩 조금 씩 새롭게 ‘어시밀레이션’ 됩니다.
지금 영상을 보고 있는 당신도 이미 가랑비를 맞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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