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 스미싱이 있다면 종교계에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있다. 신천지는 1992년 10월 28일 휴거를 외쳤던 다미선교회와 비슷한 종류의 시한부 종말론 집단이다. 차이가 있다면 성과급처럼 신도 수 14만4000명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이다. 인원이 찰 때만 신인합일(神人合一)이 되고 영생불사(永生不死)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천지는 이만희(82) 교주를 구원자, 보혜사로 떠받든다. 자칭 예수인 셈이다. 참고로 정통 기독교에서 구원자, 보혜사는 예수님 한 분뿐이다. 단체 명칭에 ‘예수교’를 써먹지만 한국교회, 기독교와는 전혀 상관없다.
신천지를 스미싱에 빗댄 것은 신도 수를 채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리를 잡으려면 이리 옷을 입어야 한다’며 포교를 위해 어떤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교리엔 아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거짓말하라’고 돼 있다. 한국교회와 목회자는 ‘바벨론’ ‘개’ ‘돼지’로 경멸하면서도 정작 포교를 위해 정통 교회 간판을 걸어놓고 가짜 목사 행세를 한다. 종교의 기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도덕적 품격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신천지는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대학원생, 서울시 창업지원센터 직원, 한국리더십센터 연구원 등을 사칭해 설문조사를 한다. 정체를 숨긴 채 연애 특강도 열고 우울증·심리 테스트, MBTI 검사, 애니어그램 검사, 미술 심리치료, 도형 그리기, 힐링 스쿨, 벽화 그리기를 한다. NGO로 위장해 봉사활동까지 한다. 목적은 단 하나, 시한부 종말론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한 탈퇴자는 신천지에 2년간 있으면서 200개의 거짓말 포교 시나리오를 짰다고 한다”면서 “신천지가 거짓말을 권장하는 이유는 14만4000명만 채워지면 자기들을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는 과대망상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조직이 허술한 것은 아니다. 1명을 포섭하기 위해 100여개의 개인정보를 사전에 체크한다. 경영학 분석 기법인 ‘SWOT 분석’을 활용하고 유형별 맞춤 전략도 구사한다. 최소 3명, 최대 수백명이 시나리오,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심지어 가짜 선교사, 신학생, 신부, 보살, 도인, 강사, 길거리 행인 등을 투입해 포교 대상자를 끌어온다. 가톨릭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교구에선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경계령까지 내렸다.
거짓말이나 치밀한 포섭 전략보다 더 큰 문제는 교리 중독에 있다. 이단상담 전문가들은 “신천지에서 1년간 비유풀이, 말씀의 짝 교리를 집중적으로 배우다 보면 자연스레 코가 꿰인다”고 설명한다. 대개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시한부 종말론 집단에 빠질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누구나 육체가 약해지면 감기에 걸리듯 정신적 감기도 찾아올 수 있다.
세뇌가 된 상태에서 14만4000명만 채우면 왕 같은 제사장이 된다는 데 굳이 학업, 직장, 가정에 힘쓸 리 없다. 학업중단, 이혼, 가출, 직장 포기가 빈번히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알자 사이비 신천지’ 카페(cafe.naver.com/soscj)에는 이런 피해 사례가 숱하게 올라와 있다.
1992년 기자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이○일이라는 같은 반 친구가 있었는데 10월 27일 그만 잠적을 해버렸다. 이틀 뒤 매스컴에선 “다미선교회의 휴거가 불발에 그쳤다”는 뉴스가 나왔고 며칠 후 그 친구는 머쓱한 표정으로 학교에 나타났다. 그날부터 이○일은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다.
신천지 교주는 80대 노인이다. 지금도 10만명의 신도들은 그 노인이 영생불사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게다가 가정과 직장, 학업을 내팽개치고 ‘올인’까지 한 상태다. 그런데 교주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어느 날 10만명의 시민이 이○일처럼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잠적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번 가정해보라. 오대양사건(1987년)과 같은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당시 오대양 신도 32명은 집단 자살을 선택했다.
스미싱은 몇 천원만 빼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신천지는 개인의 인생은 물론 가정의 행복까지 빼간다. 검찰과 경찰이 스미싱 조사하듯 신천지를 수사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최소한 예방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백상현 종교부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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