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일상

리어카 과일행상 한동네에서 38년 노점상아저씨 이야기

백미란목사 2009. 10. 22. 12:30

리어카 과일 행상의 실전 경영학 백화점서도 눈여겨 본다는데 … [중앙일보]

한 동네서 38년 노점상 아저씨 … 그의 24시간을 따라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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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됐는데도 고창석씨의 낡은 리어커에는 팔다 남은 과일이 꽤 있었다. 하지만촬영에 응한 뒤 여기저기 단골집과 동네 식당에 배달을 해주고 나니 리어커는 한두 시간 안에 금세 비어갔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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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과일 행상의 고객감성 관리법… 배울 게 참 많네요.’

얼마 전 현대백화점 온라인 게시판 ‘업무 공유방’엔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과장급 직원이 소개한 인물은 서울 이문동 주택가에서 과일을 팔아 온 고창석(66·사진)씨.

‘우리 동네에서 40년 가까이 과일을 팔아 온 과일 장수 아저씨랍니다. 간혹 이야기도 나눠보고 하니까 우리 백화점 직원들이 명심해야 할 고객·품질 관리 비결이 작은 리어커 안에 잔뜩 들었더군요.’

이를 전해듣고 날씨도 화창한 13일 오전 그 골목길을 찾았다. 초로의 동네 아저씨는 낡은 목재 리어카에 사과·포도·연시 등을 싣고 오가고 있었다. 회기우체국에서 인근 아파트 단지 앞까지 1㎞ 남짓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38년간 리어카를 끌었다고 한다. 도매시장이 쉬는 일요일을 빼면 아파트 단지 앞에 리어카 좌판을 펴는 그를 동네 사람들은 오전 7시30분이면 늘 만날 수 있다. 하루 매상은 40만~50만원으로 떨어지는 이문은 한 달에 250만~300만원 정도란다. 큰 벌이는 아니지만 ‘동종업계’에선 괜찮은 수입이란다. 두 자녀의 대학교육을 마치게 하고, 서울 송파구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했다. 백화점이 눈여겨 본 과일장수의 상술이 무엇이었는지 종일 따라다니며 캐봤다.

# 노점일수록 시간 관리 철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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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의 일과는 새벽 1시30분에 시작된다. 잠실 자택에서 좌석버스 막차를 타고 청량리 과일 도매시장으로 출근한다. “좋은 과일을 사려면 이 정도는 일찍 나와야 한다”고 했다. 두 시간 정도 과일을 골라 용달차에 싣고 회기역으로 움직인다. 세워둔 리어카에 과일을 옮겨 진열하면 오전 7시30분. “노점일수록 영업시간이 일정해야 손님들이 왔다가 헛걸음치는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리어카를 끌고 영업을 나가는 시간도 일정하다. 40년 가까이 손님들의 행동 유형을 보고 나름대로 정했다.

골목 순례를 처음 나서는 시간은 오전 9시반쯤. TV의 오전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다. “그 전에 가면 자녀 등교 준비하랴 인기 드라마 보랴 반가워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의 점심식사 시간은 오후 1~2시다. 주부들이 귀가한 어린 학생들의 점심을 차려주는 시간을 틈타 점심을 해결한다.

# 단골집 찾아가는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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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트럭을 한번 장만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폭이 2~3m 정도 밖에 되지않는 골목길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려면 리어카로 족했다. 과일 노점상들은 대개 트럭을 골목 한쪽에 세워두고 확성기로 손님을 부른다. 그는 리어카를 집앞까지 끌고 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과일이요”를 외친다. 확성기를 장만하지 않은 연유다. “집 앞까지 찾아와주는 상인하고, ‘이리 오라’고 외치는 상인하고 손님들이 누굴 더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38년 동안 한 동네를 누비다보니 단골이 어디 사는지, 가족이 몇인지, 어떤 과일을 좋아하는지 훤하다. 손님이 언제 어떤 과일을 얼마나 사 갔는지를 기억해 놨다가 손님별로 원할 만한 과일을 선별적으로 제시한다. 포도를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 집 앞에선 “과일이요~” 대신 “포도요~”를 외친다. 단골 집에 과일이 떨어질 때다 싶으면 집을 찾는다. 초인종을 눌러 “과일 떨어졌죠” 하고 물으면 이제 거의 맞춘다. “처음엔 초인종 누르는 걸 싫어하는 분들이 적잖았지만 이젠 다들 좋아한다”고 했다.

# 품질·재고 관리가 생명

안면 장사만 갖고 일이 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과일이 맛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리어카 하나 채울 양의 과일을 도매시장에서 맛보며 두 시간이나 고르는 건 이 때문이다. 노점 과일은 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고자 했다. 그가 골라 오는 과일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중간 정도의 품질이란다. 예전엔 맛보다 양을 따지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맛이 없으면 외면당한다. 동네 주민 명은숙(49)씨는 “마포로 이사간 친구가 한 달에 한두 번씩 과일 사러 이곳에 일부러 들른다. 수퍼보다 맛이 좋고 값이 싸서 그렇다고 한다”고 전했다.

새벽에 떼어온 과일은 그날 다 팔아야 한다. 재고를 남겨선 안된다. 그래서 그의 출근 시간은 일정한데 비해 퇴근 시간은 오후 3~5시로 일정치 않다. 과일이 다 팔려야 집에 간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과일을 판다는 입소문이 돌면 동네 장사는 끝장이에요. 정 안 팔리면 덤으로 얹어 주고서라도 재고를 떨어버리는 게 나아요.”

고씨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계명대 김영문 교수(경영정보학과)는 고개를 끄덕였다. 창업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노점은 대개 손님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영업시간이 들쭉날쭉해 단골을 모으기 어려운 업태다. 고씨의 비결이 이런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하지성 과장은 “고객분석과 고객접점 관리, 제품의 품질·재고 관리 같은 점들은 평범하지만 늘 명심해야 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과일 노점상 고창석씨의 장사 비결

▶손님을 알아본다

-단골 손님 정보를 정리해 외워둔다. 단골이 어떤 과일을 좋아하는지, 언제 얼마나 사 갔는지 등이다. 가족 구성을 파악하고 안부를 챙긴다.

▶단골에겐 단골 대접을

-배달해 달라면 흔쾌히 응한다. 웬만하면 외상도 해 준다. 내가 고객을 소중히 여긴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나 팔릴지 예측을

-단골 손님들이 과일을 얼마 만에, 얼마만큼씩 사는지 정리해 두면 하루하루 매상이 얼마쯤 될지 그래프가 나온다. 재고를 줄이는 방법이다.

▶남기지 않아야

-과일은 남으면 손해 막심이다. 하루만 지나도 향기가 확 떨어진다.

▶맛있다고 우기지 않는다

-장마의 끄트머리는 과일 맛이 떨어질 때다. 그럴 땐 ‘요즘 과일 맛이 떨어진다’고 솔직히 말하자. 정직에서 신뢰가 나온다.

▶한 곳을 지켜라

-손님을 찾아다니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충성고객을 늘리려면 좀 어려워도 한 곳에서 꾹 참고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승호·임미진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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